한순간 활활 타오르고 사라지는 불꽃보다
장작 속에서 오래 숨 쉬는 잔불의 열정이 진짜를 만듭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무게감 있는 차분함으로 팀을 이끄는
양희준 차장님과 일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R&D본부
Q. 입사 후 약 6개월이 흘렀어요.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하고 계신가요?
A. 회의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일정이 어긋나거나 갈등이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문서나 메신저는 텍스트기 때문에 딱딱할 수 있고 표현의 한계가 있어서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해야 쉽게 풀리는 일이 있더라고요. 이슈가 해결이 안되서 리드타임이 길어지면 결국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타 부서와 문제를 열어놓고 대화하는 자리를 자주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신경쓰는 부분은 팀원과의 소통인데요. 최소 두 달에 한 번 일대일 면담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힘든 게 있으면 듣고 어려운 일은 같이 풀어보자는 의미에서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저도, 팀원들도 익숙해지는 중이에요.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건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를 팀원들이 느껴야 팀도 움직이니까요. 여기까지는 조직 차원의 일이고, 개발자로서 팀원이 기대고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엔 이런 노력들이 팀 분위기로 조금씩 돌아오는 게 보여서 힘들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Q.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A. 개발자로 롱런하기 위한 저만의 루틴이 있어요.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구로까지 오는데 한 시간이 걸려요. 도착하자마자 운동을 하고, 마치고 나오면 8시에서 8시 반. 사무실에 와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책을 한 시간 반 정도 읽어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죠. 예전 직장을 다닐 때는 집에서 판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기 보다, 아침에 일이 가장 잘 되는 성향이라 머리를 맑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은 하루가 괜히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인드셋을 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꾸준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주로 어떤 책을 읽으세요?
A. 리더십과 팀 운영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팀장을 처음 맡다보니 '좋은 리더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게 됩니다. 예전의 내가 팀원으로서 기대했던 리더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의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를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 최근에 읽는 책에서는 단순히 위에서 방향을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 메시지를 주더라고요.
팀원들의 표정과 말투, 분위기를 살피게 되고 힘들어 보일때는 어떤 방식으로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겠죠. 다만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은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Q. 팀장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팀 문화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조금 더 건강한 개발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열심히 잘하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는 공통의 기준이나 언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일을 하고 있지만 개발팀 전체가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하나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팀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팀원들과 기술 블로그도 만들고 있고, 스터디처럼 기술 발표도 함께 준비하면서 팀 안에서 학습하고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 직원이 입사하면 단순히 문서만 던져주는 게 아니라 직접 조사하고 정리해서 팀에 공유해보는 경험을 하게 하자는 생각이고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이런 시도들이 모이면 우리 팀만의 개발 문화가 생기고, '이 팀에서 일하면 이런 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팀원을 충원한다면 업무 역량 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책임감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에게 실제로 일을 맡겨보면 티가 나거든요. 신뢰가 없으면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어렵고 팀 전체에도 영향을 줘요. 실력은 서툴지라도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해요. 업무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꾸준히 해내려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결국 성장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똑똑한 사람보다 책임감 있게 일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Q. 좋은 개발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A.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답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개발자라고 생각해요. 코드를 작성하거나 버그를 수정하는 건 개발의 일부이고 핵심은 무엇이 본질적인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도 어떤 기능을 구현해야 할 때 작은 영역이라도 직접 설계해보라고 말해요. 그리고 그 설계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실현 가능한지 스스로 검토해보라고 하죠. 그런 과정 없이 억지로 끼워 넣게 되면 결국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거든요. '안됩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왜 안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예요. 어떤 제약이 있어서 어렵고, 어떤 방향이 가능할 수 있을지 대안을 같이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코딩 자체는 AI가 더 잘할지도 몰라요. 저도 클로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업무 효율이 10배는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사람이 할 일은 '판단'과 '설계' 그리고 검증하는 일이라고 느껴요. 예전엔 저도 코드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상황을 겪고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습니다. '이게 왜 안됬었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복기해보는 과정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개발자의 핵심 역량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계시나요? 운동을 하시나요?
A.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생존을 위해 하는 느낌이랄까요. 게임도 예전엔 했었는데 지금은 스트레스일 것 같고요. 조금 쑥스럽긴 한데 밴드 활동을 오래 했었어요 대학때까지. 그게 제일 제대로 된 스트레스 해소법이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못하고 있어서 출근길 차 안에서 혼자 흥얼흥얼 노래부르는 정도겠네요. 캠핑도 좋아해서 장비는 다 준비가 되었는데 요즘 시간이 안나서 못가고 있네요. 날씨가 선선해지면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